제16년 만에 바뀐 음란물 규정…'리얼돌' 수입 허용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성인용품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성(性) 문화에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같은 성인용품을 ‘음란물’로 본 판례를 16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내 성인용품 수입업체인 엠에스제이엘이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엠에스제이엘은 2017년 여성의 신체를 실리콘 재질로 형상화한 이른바 ‘리얼돌’(사진)에 대한 수입 신고를 했으나, 세관으로부터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반려당하자 소송을 냈다. 세관 규정상
성인용품을 수입하려면 통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해당 제품은 길이 159㎝, 무게 35㎏에 사람 피부와 비슷한 색깔로 성인 여성의 신체 모양이다. 하나당 가격이 200만~1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지난해 9월 1심에선 성인용품 업체가 졌다. 1심 재판부는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의 수입 금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1월 2심은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과 영미권, 일본·중국 등 해외에서도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인용품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지 않는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엠에스제이엘 관계자는 “성인용품을 무조건 ‘음란물’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며 “그동안 정식 수입이 막혀 오히려 시장이 음성화돼 밀수, 사기 등 부작용이 컸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인용품 중 실제 성기 사진이 패키지에 들어가 있는 상품이나 일부 성기확장보조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관이 허용돼 있다.
엠에스하모니 "한국에 콘돔공장 세우니 미쳤다더라"
[TV리포트=이성해 기자] 국내외 콘돔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인물이 있다. 엠에스하모니의 이준 대표다. 그는 이른바 성인용품 사업을 통해 번 거액의 자금을 투자해 충북 진천에 콘돔공장을 세웠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다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하고많은 공장 중에 왜 콘돔공장을 세운 것일까. 사연을 알기 위해서는 이준 대표의 지난한 과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년에 성인용품업에 뛰어든 그는 2007년 독일 베를린 비너스페어(세계 최대규모의 성인용품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성인용품이 음지의 사업이 아니라 국제적인 비지니스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후 수많은 성인용품을 자체 개발하며 품질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중국이 압도적으로 선점하고 있는 성인용품 시장을 한국의 힘으로 파고든 것이다. 국내에서는 '부르르(bururu)'라는 성인용품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를 직원수 40여명에 연매출 60억원 대의 기업으로 키웠지만 한국 상황은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관세청은 여전히 음란용품을 빌미삼아 통관을 보류하기 일쑤다. 소송전을 불사해 왔지만 아직 정당한 산업으로 인정받기엔 갈 길이 멀다.
이 대표는 "세계 판매량 1위라는 콘돔 브랜드 듀렉스를 우리가 만들지 말란 법은 없지 않느냐"면서 "콘돔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콘돔은 안전한 성의 첨병이자 가장 편리한 피임도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콘돔을 구입하는 행태나 문화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콘돔은 브랜드나 종류에 별 상관없이 집히는 대로 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한 콘돔회사는 가장 얇은 콘돔이라는 '초박형 시리즈'를 출시해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회사의 콘돔은 한때 국내 유흥가나 성매매 여성들이 선호해 암암리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엠에스하모니의 콘돔은 국내 콘돔공장 중 가장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철저한 품질관리 하에 위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콘돔검사는 100% 전기검사를 통해 천공 여부를 확인한다.
기존에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타사 콘돔은 해외납품용으로 국내에서 생산되었거나 해외에서 생산되어 국내로 수입된 제품으로 외국인의 사이즈에 맞춰 제작되었으며, 오로지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사이즈의 콘돔은 엠에스하모니의 콘돔이 유일하다.
앞으로 기능성 콘돔 연구개발은 물론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콘돔을 내놓겠다는 것이 이준 대표의 포부다. 실제로 이런 꿈은 최근 빌 게이츠와 아내 멀린다가 운영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콘돔 개발자에게 상금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콘돔 시장은 약 170억 원 수준. 엠에스하모니가 24시간 공장을 가동해 생산할 수 있는 콘돔양은 무려 수백만개에 이른다. 국내 콘돔브랜드 1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한단계씩 도약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콘돔과 더불어 성인용품 사업 역시 완전히 합법적인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것이다.
엠에스하모니는 '성인용품 업계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탄탄하게 성장해 왔다. 콘돔공장 건립은 어쩌면 동키호테 같은 행동이었을지 몰라도 한국 성인용품 업계를 위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도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독일 EAN 2015
법원 “여성 신체형상 본뜬 성기구(리얼 돌) 수입 허가 해야”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자위기구 이른바 ‘리얼 돌’의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수입업체 A 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사는 2017년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의 형태를 띤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그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할 수 없다”면서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고 A 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한 ‘성기구’라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성 기구 일반을 규제하지 않는 국내 법률 체계를 고려하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이나 영미권,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 기구’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리얼 돌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가 지난 해 등장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하지 않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로 리얼 돌이 정부의 수입금지 품목에서 제외 될지 주목된다.
딴지몰 부르르, 독일 세계 성(性) 박람회 참가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성인용품 전문 쇼핑몰 딴지몰부르르(www.bururu.co.kr)를 운영중인 엠에스하모니(www.msharmony.co.kr )가 성(性) 산업 박람회인 2009년 독일 비너스 박람회(VENUS BERLIN)에 참가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2006년~2008년에는 세계 트랜드 파악 및 소싱을 위해 바이어로서 참가했지만 올해는 자체 부스를 마련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참가뿐 아니라 제품까지 출시해 호평을 얻는 등 성인용품 산업이 아직 미성숙 단계인 우리 나라에서 의미 있는 시작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엠에스하모니에서 3년간 야심차게 준비기간을 거쳐 국내 기술력만으로 만든 하이퀄리티 바이브레이터 브랜드 ‘ZINI’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외국 바이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ZINI는 엠에스하모니가 그 동안 유통업을 통해 축적된 수십만의 실사용자 DB를 바탕으로 직접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정확한 니즈(욕구)를 포착해 제품에 반영하면서 차별화 됐다고 할 수 있다.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상의 그립감과 안전성, 손쉬운 컨트롤을 자랑하는 바이브레이터다.
엠에스하모니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이 ‘ZINI’를 보며 한국에서도 이런 제품이 만들 수 있냐는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며 "심지어 삼성과 엘지를 빗대어 한국의 기술을 인정하는 바이어도 있었다"고 밝혔다.
엠에스하모니 이희승 본부장은 "한국은 성인 산업계에서 중국보다도 뒤떨어지는 변방국가로 인식되고 있지만 뛰어난 디자인과 컨셉을 기반으로 한 zini 바이브레이터로 인해 이러한 편견이 사라지는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무대에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과 상상력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엠에스하모니는 이번 VENUS BERLIN 박람회를 통해 전 세계 34개국 300여 개 업체와 접촉해 50여개 업체와 실계약 성사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진성기자 jingls29@newsishealth.com
"성전의 나날들.. 금단의 성역 너무 완고하더라"
중견기업 MS하모니 이준 대표
대한민국의 性 단조롭고 따분.. 외국 업계 종사자들 자긍심 충만
미풍양속의 잣대 시대 뒤떨어져.. 고객층 변태 아닌 평범한 사람들
중기청 '신성장산업' 키우자는데 단속 일변도의 정책 답답하기만
MS하모니는 '성인용품 업계의 삼성'으로 통한다. 2005년 구멍가게 규모로 출발해 직원 수 40여 명 연매출 60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했고, 자체 개발한 커플용 바이브레이터(진동형 자위기구)는 세계 3대 디자인공모전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 레드닷 디자인상(2010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업계가 MS하모니를 주목하는 것은 그 같은 성장사보다 성장 과정의 험난했던 도전사다. 지난 달 25일 만난 이 업체의 젊은 CEO 이준(38) 대표는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성인용품 업계 진출 계기는?
"창업을 하려고 봤더니 내가 해볼만한 대부분의 시장이 포화상태더라. 경쟁도 치열하고…. 성장성이 있으면서 남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할 것 같은 영원한 테마를 찾고 싶었다. 그게 바로
성(性)이었다. 성경에도 종교인, 사채업자, 창녀가 태초의 직업이라고 나오지 않나. 미국이나 유럽 사람에게 성관계를 얼마나 하냐고 물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 1~2시간' 그런
식인데, 우리나라는 대개는 기피한다. 아니면 '핵심코스'에 한정해서 말한다. 10분, 20분 그런 식. 미국인이 성관계 1~2시간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달콤한 대화, 마사지, 다양한
성인용품을 갖고 즐기는 시간 등을 자연스럽게 포함시킨다. 대한민국의 성은 무척 단조롭고 따분하다. 반면에 매춘 등 퇴폐산업은 어마어마하게 비대하다. 건전하게 성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이 시장을 양성화 시키고 싶었다. 동시에 성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창업 초기엔 조그맣게 소매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더라. 2007년 베를린에서 열린 '비너스'라는 성인용품 박람회에 갔던 것도 그래서였다. 가보니 가히
신세계더라. 박람회 분위기부터 우리 매장들과는 판이하고, 정장 차림의 종사자들 얼굴에서도 자긍심들이 느껴지더라. 멋지고 아름다운 제품들이 즐비하고 마트에 진열해놔도 손색없을 만큼 전혀
음란하지 않은 것들도 있고. 수백만 달러씩 계약을 체결해대는 게 부러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용도가 성이면 디자인이 어떻든 무조건 통관보류 아니냐. 법이 말하는 '음란성'의 기준,
관세청의 '풍속 저해'라는 말을 동의하지 못하겠더라. 싸워 이길 자신이 생겼다. 관세청과의 길고 험난한 소송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싸워보니 어떻던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제품을 골라 소송을 걸었다. 여기서 이기면 다른 제품들은 통관이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말을 말자. 여성용품(남자 성기모형)은 통관이 좀
쉽고 남성용품은 대체로 어렵다. 성기 묘사가 부분적이냐 전체적이냐에 따라 다르고, 판사의 판단에 따라 다르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느냐 아니냐가 판단 기준이니까. 수출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어디에서도 국내의 '미풍양속 법'같은 장벽은 경험하지 못했다. 음란성 규제도 좋고 미풍양속도 좋다. 관세청이 무분별한 성인용품 수입으로 문제가 생기는 걸 우려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 기준은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이 사회 통념에 최대한 부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건 급성장했다고 들었다.
"매출이 매년 100%씩 성장한다. 지금도 주문 밀린 게 품목 수로 3,000 개 정도 된다. 자랑 같지만 이 업계에서는 우리가 '삼성'으로 통한다. 중소기업청에서도 우리를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은행에서도 기꺼이 대출을 해 준다."
제작도 한다고 들었다. 불법일 텐데.
"공장이 중국에 있다. 인건비도 싸고 통관도 쉽다. 국내에서 제조를 하지 않아서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한국에서 제조하는 업체도 있다고 들었다. 성인용품이 아니라 고무
성형물 제조업 같은 걸로 법인 등록을 한다고 하더라. 나라면 역시 소송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늘 그런 식으로 발판을 넓혀 왔고, 투명하게 하자면 그 길밖에 없다."
국내시장이 작아서 수출에 나선 건가?
"경제 규모에 비해서 우리 시장은 너무 작다. 시장을 키우려면 마케팅도 해야 하는데 거기도 제약이 많다. 포털 같은 데서는 알아서 긴다. 규제할 이유가 없는데, 자체 검열을 하는
거다. (곁에 있던 누군가는 이런 말도 했다. "비뇨기과나 성클리닉 광고는 더 음란하던데. 하지만 거긴 점잖은 의료인들이니….") 외국은 국내와 달리 어덜트 토이(adult
toy)라고 해서 성인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다. 마트에서도 팔고 편의점에서도 판다. 그러니 더 수출에 목을 메는 거다. 해외에서는 생산량이 주문량을 못 쫓아가고
있다."
주된 고객은 누군가?
"70대 이상 노인도 있고, 장애인들도 고객이다. 장애인협회에서 하는 세미나에는 거의 참석한다. 국립재활원에서 주최한 성 세미나에도 초청 받아 가기도 한다. 자위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을
변태라고 생각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또 부득이 써야 하는 이들도 있을 ?있다. 외항선원이 그렇고, 공부하느라 절에 있는 사람도 그렇고…, 애인이나 성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일년 열두 달 자신의 손에만 의존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개선되길 바라나?
"단속을 위한 단속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에도 중소기업청에서 연락이 왔다. 성인용품을 신성장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는 "'하지 마라'가 아니라. '왜 하지 마라'라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온갖 시비와 천대 다 받아가며 수출해놓으면 좋아하면서 막을 땐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 거냐"고 했다.
"우리는 심지어 한미 FTA에 따라 관세 할인 혜택까지 받습니다. 너무 답답해요. 갈 길은 먼데…."
200만원 명품까지 종류 다양… '신상' 나올때마다 찾는 단골도
정지용기자
서울 신촌에서 4년째 성인용품샵을 운영해온 김모(48) 씨는 자신의 매장에 구비해둔 물건 중에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30평쯤 되는 매장 안에는 자위기구는
물론, 양초와 같은 무드용품, 향수, 잡지, 속옷, 피임기구와 아찔한 SM용품들까지 즐비했다. 그는 운영하던 출판사가 부도난 뒤 여자친구의 권유에 넘어가 지인이 운영하던 매장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상품 종류는 얼마나.
"안 세봤다. 너무 다양해서 나도 잘 모르는 게 있다.
고객은 주로 어떤 이들인가.
"하루 15명 정도 온다. 연령대는 대중없다. 남자가 많긴 하지만 여자 손님도 가끔 있다. 혼자 오는 경우도 있고, 커플이 오는 경우도 있고, 러브젤을 사러 온 80대 할아버지도
계셨고, 장애인이 온 적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엔 이상한 사람들만 올 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 평범하고 멀쩡한 사람들이다. 아예 단골도 있고…."
많이 나가는 건.
"러브젤과 자위기구가 가장 많이 팔린다. 뜻밖에 독신자보다 커플들이 자위기구를 더 많이 찾는다. '신상' 나올 때마다 와서 사가는 이도 있다"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 자위기구만 해도 2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 있고, 2,3만원대 저가 제품도 있다고 했다.
물건은 어떻게 들여오나.
"정식 수입된 것도 있지만 보따리 상들이 소량 들여오는 밀수품도 있다. 통관이 힘드니까 물량이 많지 않고, 외국에 비하면 종류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우리가 물건
받아오는 도매가격이 외국 현지 소매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산도 있다던데.
"있지만 정확히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모른다. 수입이 어렵다 보니 국내에서 만드는 걸 거고, 대개는 모방품이라 디자인도 품질도 떨어진다. 포장지만 들여와서 수입품인양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나는 정식 수입된 것만 총판을 통해 받는다."
영업 등록은.
"세무서에는 생활용품 소매업으로 돼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라스베가스 성(性) 박람회에서 주목받은 '지니(Zini)'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세계 최대의 섹스산업 박람회 'AVN 어덜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AVN Adult Entertainment Expo)'가 열렸다.
AVN은 단순한 성인용품 전시회가 아닌, 미래 섹스산업을 이끌어갈 신상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라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바이어들이 총집결한다.
AVN은 종종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와 비견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성인용품 산업 수요와 함께 시장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섹스산업 박람회(2009 VENUS BERLIN)는 40개국 330여 업체가 참가했으며 2만5000여 명의 일반 소비자와 700여 명의 언론 관계자가 방문한 것으로
집계될 정도로 시장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2010년 성 박람회의 화두는 '기술력'이었다. 영화계를 평정한 ‘아바타’의 3D 기술을 도입해 3차원 성인 영상을 선보인 부스가 있는가 하면, 국내 여러 언론에서 소개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던 섹스로봇 록시(Roxxxy)'는 실제 사람과 흡사하게 만들어져 보는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성인용품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 성인용품
업계에서도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만이 각광을 받은 것은 아니다. 기존의 성인용품 역시 기술력이 우위에 있는 제품들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겉보기엔 비슷한 제품이라도 내부구조나 성능 면에서 뛰어난
기술력이 발휘된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엠에스하모니 역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을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엠에스하모니는 이미 지난해 독일 섹스산업 박람회에서 자체 개발한 바이브레이터
'지니(Zini)'를 출시하여 11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따낼 만큼 폭발적 반응을 얻었는데, 그 여세가 올해 라스베이거스 섹스산업 박람회에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것이 맞느냐"고 수 차례 되묻던 많은 외국의 바이어들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삼성과 엘지의 나라’ 한국의 기업을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국은 성인용품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후진국으로 분류되었던 만큼 외국 바이어들의 찬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 모방이 아닌 자체 기술로써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엠에스하모니측은 "지니(Zini)는 감성적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으로 외국 유수의 업체에서 오히려 모방을 시도할 정도인 바이브레이터"라며 “그간 쌓은 기술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엠에스하모니는 성인용품 전문 쇼핑몰 '부르르(http://www.bururu.co.kr/ )'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일일이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년간
기술을 축적해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한 만큼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위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라스베이거스 섹스산업 박람회에서는 미국 굴지의 성인용품 전문기업
리버레이터(Liberator)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부스로 참가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
한지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
● 중소기업청 “신성장산업으로 키워보자” 격려
● 미성년자 성관계 때 콘돔 사용 금지하는 나라
● 바이브레이터는 부부관계 이어주는 중요한 도구
● 성인용품 시장 양성화, 성문화 바꾸고 싶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핑크 콤플렉스를 발본색원함으로써 21세기 선진 민주정사를 도모하고 소외된 침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국내 초유의 ‘진보 호색적
성인커뮤니티’로 (…) 활발하게 대국민 이데에로기를 생성, 전파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주)엠에스하모니의 회사 소개 문구다. 뭔지 모르게 에로틱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또한 엠에스하모니는 자사의 사업 내용을 ‘명랑완구/콘돔제조 및 해외수출입
국내유통 기타 서비스업’이라고 규정한다. ‘명랑완구’가 뭔가 하고 회사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보기엔 민망한 성인용품이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성인인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19금(禁)’이다.
성인용품은 남성에게 일종의 판타지다. 묘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막상 손을 내밀기엔 주저하게 되는 대상이다. 그런데 10년 넘게 이걸 만들고 파는 이가 (주)엠에스하모니
이준(39) 대표다. 처음엔 호색한이거나 변태가 아닐까 싶었는데, 성인용품업계에선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재기발랄한 젊은이다.
성인용품 100만 달러 수출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니(ZINI)라는 브랜드로 콘돔, 바이브레이터, 러브젤, 애널용품 등을 제조한다. 이를 해외에 수출하고, 해외에서 성인용품을 수입하기도 한다.
제조, 수입한 성인용품을 유통·판매도 한다. 도소매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부르르닷컴(www.bururu.com)도 운영한다.”
▼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연 매출이 40억~50억 원 된다. 100만 달러 넘게 수출도 한다. 직원은 20명 정도 된다.”
이준 대표는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1997년 졸업했지만 영화판 말고는 갈 곳이 없어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3년 성인용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 ‘명랑완구’란 표현이 재미있다.
“성인이 사용하는 용품이니까 성인용품이라고 부르는 게 맞긴 한데,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땐 그 단어가 싫었다. 너무 직설적이라 ‘변태’들이나 사용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남자 성기를 ‘고추’라는 애칭으로 부르지 않나. 성인용품도 그렇게 순화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찾은 단어다.”
▼ 성인용품 제조·판매를 직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생각했다. 남들도 하는 것을 해서는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 성장성이 있으면서 남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할 테마를 찾았다. 그러다 성인용품이 눈에
들어왔다. 업무 때문에 종종 일본과 미국에 출장을 갔는데, 이 분야 시장이 크고 자유롭고 합법적이었다. 미국은 성인용품을 어덜트 토이(adult toy, 성인장난감)라고 하고, 일반
상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미풍양속이라는, 우리에게만 있는 특별한 법 때문이었다. 그런 터부를 깨고 싶고, 금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 주위 반응은 어땠나.
“집에서 큰 반대는 없었다.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좋다고 하셨다. 이 사업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늘 당당하게 말한다. 내 앞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 ‘잘 선택했다’고 격려한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없었다’는 사람도 있고,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아이템이니 잘 키워보라’는 분도 많다. 지금까지 ‘그런 걸 왜 하느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 원래 성인용품에 관심이 많았나.
“호기심은 있었지만 마니아는 아니었다. 성인용품점에서 구경하는 정도? 콘돔과 젤을 사용하는 정도였지, 바이브레이터나 다른 기구를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 당시만 해도 ‘성인용품점’이란 간판을 내걸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오프라인 매장이라면 못했을 것이다. 마침 인터넷 쇼핑몰이 태동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으니 사업을 하기가 용이했다.
2003년 명랑완구연구소를 설립하고, 사이트를 만들었다. 온라인 판매라 초기 자본금도 많이 들지 않았다. 구매자가 입금하면 그때 도매점에 가서 구입해 배송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기 시작했다. 도매상들이 나를 햇병아리 보듯 대했다.”
엠에스하모니, 명랑완구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엠에스하모니는 '제 2회 대한민국 명랑완구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한다.
(사진=㈜엠에스하모니 제공) 이지현 기자 ljh@newsishealth.com
성인용품시장 외국선 유망 한국선 요망] 관련법 애매…정서법만 판친다.
과거 뒷골목 어딘가 숨어 있던 성인용품 매장들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온라인몰의 발달로 이용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아직도 ‘부정’과 ‘유해’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한
듯 보인다. 선입견 때문이다. 관리주체(주무부처)가 없고, ‘용품’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시장 발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온라인 성인용품몰을 운영하는 오승재(가명) 씨가 푸념했다. 내용은 이렇다. 야심 차게 쇼핑몰을 차렸다.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밤을 새워가며 홍보 자료를 만들었고, 배포했다. 몇몇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기사가 속속 나왔다. 며칠 후 모 포털에서 연락이 왔단다. ‘(해당 기사를 검색하면 포털에 뜨기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지니, 언론사에 보도자료
배포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오 씨는 “포털의 압력 탓에 2년 전부터 언론 홍보를 일체 접었다”면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치 죄지은 양 조용히 장사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한국성인용품협회 관계자는 “성인용품을 떠나서 각종 포털에 더 노골적인 광고가 판치는데 (글자뿐인) 보도자료 하나에도 압력이 들어오니 갑갑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성인용품은 온라인 광고 루트가 없다. 포털의 유료 온라인 광고라 할지라도 자위기구가 등록된 쇼핑몰은 광고가 불가하다. 이준 (주)MS하모니 대표는 “모조 성기 모양의 자위기구를
전시·판매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법원 판례가 있었지만 포털 자체에서 너무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콘돔’의 경우는 다르다. 성인인증을 받은 사람에게는 광고 노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 대표는 “미성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용품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인인증을 받아야 접근이 가능하다”면서 “해외에서는 미성년자 성관계 시 콘돔 사용을 권장하며, 심지어 청소년용 콘돔이 따로 판매된다”고 했다.
‘음란’의 기준?
그렇다면 왜 그럴까. ‘음란하다’는 것 때문이다. 형법 제243조(음화반포 등)에서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 ‘음란’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같은 물건’인데 전혀 다른 판시가 떨어진 적도 있다. ‘남성을 위한 자위기구’는
음란하지만 ‘여성을 위한 자위기구’는 그렇지 않다는 판시였다.
지난 2003년, 대법원에서는 “형상 및 색상 등 여성의 외음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나 진배없는 것으로, 여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사회통념상 그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킬 수 있고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남성의 자위기구에 대해 ‘불법’이란 판시를 낸 적이 있다(대법원
2003도988). 그러나 5년 후, 여성을 위한 자위기구에 대해서 대법원은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재현하였다고는 하나, 그 색상 및 형상이 성기를 개괄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하고 그
정도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대법원 2008두23689).
한국성인용품협회 관계자는 “성인용품 업종 특성상 자위기구의 비중이 높은데, 특히 음란물과 관련해 법률적 해석이 주관적이라 업계 종사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2013년 8월, 광주에서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던 업주가 갑자기 기소됐다. ‘음란한 물건을 전시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결국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진열된 제품의 용도가 남성용 자위기구인데, 그 형상과 색상이 여성의 성기 부위를 세밀하게 재현한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춰보면 형법에서 금지된
‘음란한 물건을 공연히 전시한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속반은 ‘음란하다’고 판단했고, 판사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사례다. 또 지난 2003년 ‘여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했던’ 자위기구에 반해 ‘좀 더 세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합법’ 판정을 받은 셈이기도 하다.
한국성인용품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예를 들면 성인용 비디오만 봐도, ‘성기가 노출되면 안 되지만 음모는 가능하다, 노출될 경우에는 몇 픽셀 수치로 모자이크를 해야 한다’라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면서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 ‘절대 안 돼’· 중기청 ‘모르겠다’
상급기관 판례의 경우, ‘기준’은 없지만 그나마 ‘유연성’은 있는 편이다. 어쨌든 ‘합법’이라는 판례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입·수출 걸림돌은 아직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수입업자 조은희(가명) 씨는 자위기구를 수입하기 위해 관세청에 수입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관세청에서 날아온 통지서에는 “사회 풍속을 저해하는 음란한 물건이므로 통관을
보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 씨는 즉각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조 씨는 “이미 대법원과 조세심판원 결정을 통해 남성 및 여성용 자위기구의 통관보류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례가 있음에도 상급기관 판결이나 법령을 존중하지 않고 있고, 성인용품이라면 무조건 통관을 보류하는 관행만을 우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에 “성관련 물품에 대한 시대적 수요와 어느 정도의 순기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건전한 사회통념상 국내에 수입이 용인될 정도로 풍속화된 것으로 인정되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심판원은 결국 조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해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수입을 하긴 했지만, 이러한 절차를 일일이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제승 에이치플레이 대표는 “수입업자들이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통해 정상적으로 수입을 하고 있으나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무부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성인용품만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말이다. 일부 성기능 강화 치료제 등은 식약처에서 관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성인용품’이라는
‘공식적인’ 업종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일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영업 허가는 ‘완구’ 등으로 받는다.
유통·수입사들뿐만 아니라, 개발·제조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한국성인용품협회 관계자는 “국내 성인용품의 내수 잠재력은 충분하다”면서 “일례로 국내에서 여성용
바이브레이터 및 딜도를 개발해 내수 및 수출을 하던 한 업체의 경우 여러 가지 애로 사항으로 결국 중국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한국에서 계속
생산 공장을 운영했더라면, 고용 창출을 비롯한 내수 경기 및 수출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인용품업체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청 측에 해당 시장의 잠재성에 대해 물었다. 김대희 중소기업청 경영판로국 해외시장과장은 “성인용품 시장이 수출 신성장 산업으로의
활성화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고려해본 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향후 검토할 계획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소기업청 내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수출지원을 하고 있는 중견성인용품업체가 있는 걸로 안다”는 말에는 “수출지원 업체만 5000개가 넘는데, 이를 어떻게 일일이 다
알겠느냐”고 답했다.
한국성인용품협회 관계자는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무조건적인 부정보다는 순기능을 고려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고의 변화도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Mini Interview 이준 (주)MS하모니 대표
해외 바이어, ‘국산’ 바이브레이터 보더니 “역시 한국 기술 남다르다”
합법적으로 성인용품을 수입하고 판매하고 싶었다. 그러나 매번 풍속을 저해한다는 사유로 통관이 되지 않았다. 약 2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풍속을 저해하는 제품이 아니며, 수입이
합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MS하모니는 그렇게 국내 최초로 성인용품을 합법적으로 정식 수입, 유통하게 됐다. 이 대표는 “현재도 아이템이 바뀔 때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면서 “그럼에도 ‘정품’ 인식을 위해 합법적인 루트를 통해 성인용품을 반입하고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입, 유통뿐만 아니라 직접 제조도 한다.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성인용품업계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과 이노비즈 확인서까지 획득했다. 이 대표는 “처음 제조한 제품을 들고 세계 성
박람회에 나갔을 때, 해외의 바이어들이 한국에서도 성인용품을 만드느냐며 매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가형 제품을 많이 봐왔던 해외 바이어들이 국산
제품의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력에 또 한 번 놀라워했다”면서 “우리가 선보인 제품에 대한 평으로 삼성을 예로 들며 역시 한국의 기술은 한 단계 앞서간다는 평까지 들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어떤 제품이 이 같은 극찬을 받았을까. 이 대표는 베스트셀러 제품을 소개하며 “기존 일자형 바이브레이터에서 탈피해 사용자 편의에 맞도록 설계된 고리형 디자인의 바이브레이터 ROA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성공적인 판매를 기록했다”면서 “또한 커플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커플형 바이브레이터 DEUX로 해외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며, 독일 유명 디자인 어워드인
red dot과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DEUX의 경우, 국내에서는 우수디자인 GD에 선정됐다. 한국인 특유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고리형
바이브레이터 ROAE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부스 구조와 작은 소품들을 제작, 해외 많은 바이어로부터 많은 환호를 받았다.
이 대표는 ‘모범적인 성인용품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념으로 삼았던 밝고 건전한 성문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MS하모니는 몇 해 전부터 국립재활원 성재활센터 세미나에 참가해 성 보조기구 제품전시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장애인의 성과
노인의 성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실천할 계획”이라면서 “또한 ZINI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세웠던 세계1위 명랑완구 전문 업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발한 콘셉트와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 다시 한 번 세계를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칼럼] 장애인의 성과 욕구 부정하는 이상한 사회
흔히 인간의 기본적인 3대욕구로 식욕, 수면욕, 성욕을 꼽는다. 먹고 자는 것만큼이나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욕구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성욕에 대해 들어내놓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장애인의 성욕을 논하는 것 또한 불편한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떠나, 장애인의 성욕자체를 부정하고 비정상적인 욕구로 터부시하는 일각의 과장된 성적편견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의 성(性)이 보호받지 못하고 왜곡되고
있다.
비교적 성 의식이 개방된 해외 몇몇 국가에서는 장애인들의 합법적인 성욕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회적 프로그램과 제도들을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영리단체인 ‘플렉조그(Fleks Zorg)’는 혼자서 성욕을 해결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섹스 돌봄이(sex caretaker)’로 불리는 성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합법적인 매춘기간으로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섹슈얼 어시스턴트(sexual assistant)’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포옹과 애무로 장애인들의 자위를 돕는 에로틱 마사지 서비스와 주말 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우러져 이성간의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에로틱 워크샵(Erotic Workshop)’ 프로그램 등이 성행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은 단순 상업적 서비스가 아닌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데 일조했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실제 이용자들 또한 높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물론 매춘행위 자체가 합법이거나 성에 있어 개방된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혹자는 말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의 성을 대하는 접근방식이나 인식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아쉬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비관하기에는 이르다. 국내에서도 여러 기관과 단체 등에서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알리고 양성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재활원 성재활실에서는 매년 성재활 세미나와 교육 과정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성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힘 쓰고 있으며,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와 같은 관련 기간관에서는
다양한 성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재활원에서 개최된 제 14회 성재활 세미나 현장. 국내 성인용품 판매업체 ㈜엠에스하모니(부르르)에서 장애인에게 특화된 다양한 성 보조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장애인이 성적 욕구를 해결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이 스스로 본인의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그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장애인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성적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으로 양성화된 제도도 중요하겠지만, 장애인의 성욕과 섹스라는 행위에 대한 왜곡된 관심보다는 그들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성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SC 페이퍼진] '국내 성인용품' 세계적 레드닷 디자인상 수상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2010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 국내 유수업체의 제품들이 거푸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기아차는 지난해 쏘울에 이어 올해는 벤가가 레드닷 상을 받았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날 GS샵은 바렌타 O2플러스 정수기, 피아톤은 소음차단형 이어폰(PS210), 코원시스템은
이달에 출시되는 프리미엄 MP3 플레이어(코원J3)가 역시 레드닷에 선정됐다고 잇따라 밝혔다.
그런데 이번 2010 레드닷 수상작 중에 국내 한 성인용품이 포함된 것으로 나중에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주)엠에스하모니가 최근 자체 개발, 생산한 커플 바이브레이터 '지니 듀스(ZINI DEUX)'가 화제의 성인용품이다.
엠에스하모니측은 "듀스가 남녀 커플 바이브레이터로는 세계 최초로 레드닷 제품 디자인상을 수상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성인용품 중에서 레드닷 상을 받은 디자인은 주최국인 독일 용품을 빼고는 이번이 세계 두번째. 성의 본고장이라는 미국이나 일본의 성인용품조차 받아보지 못한 상이다.
듀스는 남성용과 여성용 바이브레이터를 결합시킨 커플용이다. 마치 음양의 요철(凹凸)처럼 오목하게 파인 형태의 요의 모양은 남성을 위한 듀스, 철의 모양처럼 튀어나온 듀스는 여성을
위한 바이브레이터이다.
마사지 하듯 신체 주요 부위에 다양한 체감을 느끼도록 고안된 특허출원품이다. 한쌍의 커플이 동시 사용하는 요철의 듀스가 제1진동기와 제2진동기 형태로 결합 또는 분리가 가능토록
디자인돼 레드닷 상을 받았다.
엠에스하모니는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VN 성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10'에서 남성을 위한 세계 최초의 여성섹스로봇 '록시'가 나올 때, 여성을 위한 바이브레이터
'지니'로 함께 화제를 모았던 메이드인코리아.
엠에스하모니 이희승 본부장은 당시 "지니는 남성 성기를 빼닮은 미국형이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유럽형으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은 그동안 성인용품 산업에서 외국 것을 단순
모방하던 후진국이었으나, 라스베어거스 엑스포에서는 '진짜 한국에서 만든 것이 맞느냐'는 외국 관계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고 말했다.
엠에스하모니는 지난해 '성기를 단순 모방한 자위기구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내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업체. 올해는 성인용품업계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는 등 음지의 성인용품을 양지로 끌어낸 첨병으로 꼽히고 있다.
< 조경제 기자>
"성기 단순모방 자위기구 수입금지는 잘못"…대법원 판결
여성용 자위기구가 남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단순 모방한 것이라면 수입을 금지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엠에스하모니가 인천국제공항 우편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통관보류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현재 관세법은 풍속을 해치는 서적이나 도화, 음반, 조각이나 이에 준하는 물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실리콘 재질의 진동형 자위기구가 성 풍속을 해치는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는 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제품이 성기를 재현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인간 피부와는 차이가 크고 전체적으로 일자(一字)형이며 손잡이에 건전지 투입구가 있는 등 색상이나 형상이 성기를 개괄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성기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더라도 물건 자체가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져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 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할 만큼 성적 부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이뤄진 1심은 "모양을 포괄적으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고 예로부터 남성 성기 모양의 거석을 설치하는 민간풍습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실제와 유사한 모습을 재현해 선량한 성적 관념에 반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We’ll keep fighting these copycats in the sex toy industry.“